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필리핀 세부 미용실
세부 현지 미용실은 예약을 해야 할까?
원래 근무하는 곳 근처에 한국인 원장님 미용실이 있는데
거기에 필리핀 현지인 디자이너가 근무를 했다.
나는 일년에 한 번만 미용실을 갈 정도로
머리에 많이 투자를 안 하는 편인데
2024년에 잠시 미쳐가지고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도 하고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별 짓을 다했다.
지금은 다시 어두운 갈색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렇게 머리에 열심히 미친 짓 한 후에
엄청나게 풍성한 숱을 자랑하는 어린이가
늘 머리감는 것이 힘들다며 머리를 잘라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현지인 디자이너가 그만두고
한국인 원장님도 당분간 미용실이 그만둔다고 했다.
세상에나ㅠ
어차피 어린이 머리 커트가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경험 삼아
(또 포스팅도 할 겸) 로컬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우리 집 주변에 몇 개의 필리핀 미용실이 있는데
처음에는 늘 눈여겨 보았던 깔끔하고 깨끗한
미용실로 연락을 했다. 오늘 예약가능하냐고 물으니
언제든지 오라고 하길래 바로 출발했더니
1시간 30분을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래서 메시지를 보여주며 "이건 무슨 뜻이냐"
물어보니 카운터 직원부터 헤어 디자이너까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자꾸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서
그냥 기분이 나빠서 나와버렸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절대로 미안하단 말은 안 함 ㅋㅋ
동네 사랑방 같은 필리핀 현지 미용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에 미용실이 기억나
바로 그곳으로 갔다. 사실 규모가 너무 작고
정말 한국의 예전 오래된 미용실 같은 곳이라
좀 걱정이 됐는데 어쨌든 미용실은 미용실이고
헤어커트만 하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어린이가 들어가니 카운터에 아줌마가
잠시 동공지진하길래 바로 "헤어커트"라고 말하니
바로 누군가를 불렀는데 뒤에서 엄청 새카맣고
웬만한 필리핀 남자들보다 키가 끈 남자가 나왔다.
"네가 헤어디자이너야?"
"예스~"
미용실 좌석은 총 2개였다.
뒤에는 이런 소파가 두 개가 있는데
아줌마 한 명이 네일 아티스트에게
네일과 페디를 받고 있었다.
아랍권이 믹스된 듯한 헤어디자이너는
어린이의 머리를 얼마큼 자를지 물어보고
아주 거침없이 바로 머리를 잘랐다.
뭐.. 깜짝 놀랐지만 어쨌든 그동안
풍성한 긴 머리의 어린이가 똑 단발이 되니
보는 내가 속이 시원했다.
어린이가 얼굴이 작은 편이라
짧은 머리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네일과 페디를 받는 아줌마와
열심히 매니큐어 칠해주는 네일아티스트와
헤어디자이너에 카운터 아줌마까지
네 명이서 필리핀 말로 어찌나 수다를 떠는지
그 좁은 미용실이 아주 정신이 없었다.
어린이에게 길이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볼 타이밍을 못 잡다가
디자이너가 잠시 가위질을 멈췄을 때,
"어때? 길이 맘에 들어? 더 잘라?"라고
물어보니 그때부터 그 4명의 대화가 뚝 멈췄다.
매니큐어와 여러 헤어제품이 있었다.
어린이와 내가 한국말로 대화를 하니
4명의 대화가 멈추고 우리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수다쟁이 남자 헤어디자이너는
나에게 트리트먼트를 권유했지만
나는 어린이 머리를 자르고 내 머리만
잘라주면 돼라고 일축했다.
도대체 여기는 샴푸대가 있는 것인가?
저 장식장이 있는 벽 뒤로 무엇인가 있는 듯한데
샴푸대가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용실에는 샴푸대가 필수 아닌가?
어쨌든 여기는 헤어커트만 하러 오면 왔지
그 외에 펌이나 염색은 안 할 듯하다.
어쨌든 아랍권과 믹스된 듯 키가 꽤 큰
남자 헤어디자이너의 커트 실력이 괜찮아서
바로 집에 있는 둘째 아들까지 전화로 불렀다.
시터가 아들을 데리고 올 동안 내 머리도
가볍게 잘랐다. 사실 잘랐다기보다는
상한 머리를 모두 정리한 것이다.
필리핀 로컬 미용실은 저렴한 편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살롱이나 쇼핑몰에 있는 살롱
혹은 꽤 부촌에 있는 살롱이 아닌 이상
대부분 필리핀 로컬 미용실은 150~200페소로 저렴하다.
대신 어린이라고 더 싸고 이런 것도 없다.
똑같이 1인당 150페소다.
보통 한국인 헤어디자이너가 있는 미용실이
500~1,000페소라면 (온전히 필리핀 세부 기준이다.)
필리핀 현지 미용실은 거의 10배 저렴한 편이다.
물론 세부시티 등지나 좀 더 부촌으로 가면
거의 한국 미용실 수준으로 받는 곳도 있다.
그런데 필리핀 전역에서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는
미용실이 상당히 인기인데 이것은 여러 번
방송에서도 소개됐듯이 미국이나 유럽권에서도
한국 미용기술을 굉장히 신뢰하고 좋아한다.
필리핀도 그 영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K 문화가
워낙 깊게 들어온 곳이다 보니 한국인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면 좀더 한국의 아이돌이나 배우의 스타일을
잘 따라 할 것 같다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5년 동안 세부에 있으면서 느낀 건데
보통 한국인 식당이나 관광객 대상 업장들은
많이 문을 닫고 새로 열고 또 매물로도 나오는데
의외로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는 미용실은
거의 문 닫은걸 본 적 없이 롱런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랜 경력의 헤어 디자이너라면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 제2의 미래를
꿈꿔도 좋을지도? ㅎㅎ
그래도 마닐라보다 텃세가 덜 해서 괜찮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