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완전 다른 필리핀의 새해맞이
2024년 마지막 날, 필리핀 세부에 있다면 이것만 주의하세요.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 한 해 정말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도
다사다난했던 날이 아닌가 싶다.
필리핀 세부는 관광지역으로서 거의 최악의
관광실적을 이루었고 이정도면 나도 필리핀 세부에
계속 지내는 것이 옳은가 할 정도로 고민이 들지만
또 그래도 내년에는 좀더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방문할 거라는 기대를 조금 해본다.
아무래도 필리핀 세부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여행객들이 있을 것이다. 필리핀의 새해맞이는
한국과 굉장히 판이하게 다르다.
만약 필리핀에서 처음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이 있다.
5년 차 필리핀 세부 교민이 알려주는 주의사항이니
꼭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1. 필리핀 사람들은 지금 반쯤 정신이 나가있다.
현재 필리핀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은 모두 내일 있을 새해 파티 준비에
정신이 나가있다. 그 말인즉슨 모두 들떠있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사람들과 무엇을 하려고 하면
되지 않는다. 약속을 수시로 펑크낼 것이고
했던 말을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 운영 업장도 어차피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므로 12월 31일에 업장 문을
그냥 닫아버린다. 1월 1일은 당연히 닫아야 한다.
호텔 룸서비스나 필요한 용품을 요청하거나
룸클리닝에 대한 서비스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
그들은 운영한다고 해도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주문 누락이 발생할 것이다. 애초에 여유 있게
느긋하게 요청하는 편이 훨씬 낫다.
2. 필리핀 사람들은 지금 빨리 모든 것을 끝내고
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싶다.
12월 31일은 더욱 그렇다. 혹시나 12월 31일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협조적일 거라는 기대를 버려라.
이미 대부분 하는 일을 멈추고 파티 준비에 정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하는 상점도 거의 없으며
아마 상점이 있어도 저녁에 문 닫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24시간 운영하는 마트는 세부 막탄섬 기준으로
한국마트 H마트일 것이다. (뉴타운 근처)
하지만 마트에서 무언가를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고 해도 그랩이나 택시는 물론 트라이시클(툭툭이)등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12월 31일 당일에는 최대한 아침~낮 시간에 빠르게 볼일을 보고 살 것을 사고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 말은 그랩으로 음식 배달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1월 1일까지 발생한다.
더군다나 2025년 1월 1일에는 모든 식당과 업장이
문을 닫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별하지 않는 이상 어딘가 이동하기에도
많은 시간을 길에서 버려야 하니 신중하게 계획할 것.
3. 밤에 집에 있으려고 한다. 나가지를 않는다.
필리핀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불꽃놀이로 맞이한다.
이것은 필리핀의 오랜 전통이며 문화다.
어느 한 곳 불꽃이 터지지 않는 필리핀의 섬이 없다.
크리스마스가 되는 날과 새해 카운트다운 후에
불꽃놀이가 터지는데 이때는 부부젤라(나팔)와
차의 경적소리가 온 곳에 울려 퍼진다.
이러한 분위기에 어딘가 밖을 나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불꽃놀이의
예고편이라면 새해맞이 불꽃놀이는 본편이다.
호텔&리조트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또 집집마다 불꽃놀이를 터뜨린다.
지금 기간에는 필리핀도 휴가기간이므로
대부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는 휴가를 떠나
집을 비우지만 새해에는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
다들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집집마다 파티를 하므로
더욱 불꽃놀이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새벽 내내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신다.
아마 꽤나 시끄럽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위해
돈을 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필리핀 사람들은 이 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러니 12월 31일의 밤에는 어디 나가려고 하지 말아라. 숙소에 있는 것이 상책이다.
4. 이미 파티는 시작됐다. 물가가 오른다.
상승하는 물가는 현지인들에게도 적용된다.
필리핀 세부의 전통적인 파티음식인
아기 통돼지구이 레촌은 12월이 되면 금액이 더 오르고 새우나 오징어 등 필리핀 사람들이 사랑하는
해산물들도 금액이 계속 오른다.
그 말은 그랩이나 택시도 비용이 오른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눈탱이도 심해진다.
보통 50~100페소에 다녔던 트라이시클도
150~200페소씩 부르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금액 조율이 안돼서 거부해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가장 문제는 12월 31일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행객
혹은 세부로 입국하는 여행객이다.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 현저히 줄어들므로
까딱하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건 2023년 12월 31일에도 보았던 사례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놓인 여행객이라면
맘 편하게 호텔의 픽업드롭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웬만해선 호텔은 이 서비스를 취소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클룩은 이용하지 마라.
만약 드라이버가 펑크를 내도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
괜한 모험에 승부하지 말라는 뜻이다.
클룩에서 돈을 돌려준다 해도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마사지샵이나 저렴한 호텔을 예약하고
그들의 픽업드롭 서비스 혹은 출국&입국팩을 이용하라. 이 부분만큼은 한인 업체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필리핀 업체는 펑크가 돼도 "새해라서 어쩔 수 없다."
라며 배짱부릴 수 있다. 진짜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차라리 한인이 운영하는 곳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소지가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정확하게 12월 31일 혹은 1월 1일 새벽에
입국 혹은 출국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확인을 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12월 30일 현재 기준으로
모든 ATM은 이제 출금이 어려울 것이다.
환전소도 문을 닫았고 12월 31일에는 열지 않을 것이다. 1월 1일에도 당연히 ATM에 돈은 채워지지 않았고
환전소도 열지 않으며 열은 환전소조차도
어마어마한 환율로 눈탱이 칠 수 있다.
페소가 없다면 제일 간단한 방법은 역시 한인업체뿐이다. 늘 한인이 상주하고 있는 업체를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계좌이체로 페소를 환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내가 일하는 업장도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고
이미 크리스마스날에도 페소가 부족한 여행객들에게
아주 많이 페소 환전을 도와주었다.
모두들 ATM에 현금이 없고 환전소가 문을 닫았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 돈을 계좌이체하고
빠르게 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은
한인이 운영하는 업장밖에 없다.
다만 현재 필리핀 세부에 있는 한인 업장들도
대부분 12월에 지출이 굉장히 많은 편이므로
보유하고 있는 페소가 적을 수 있다.
사전에 확인하고 가자.
2024년 모든 걱정과 시름은 내려놓으시길
2024년의 한국은 너무 힘들었다.
어째 나라의 기운이 후반에 가서 많이 꺾였다.
나는 5번째 새해를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 맞이하지만
이번 연말처럼 한국의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시린 연말은 처음인 듯하다.
2025년에는 한국의 앞날이 좀 더 밝고 건강해지며
모든 국민들의 시름이 한숨 덜어지길 바란다.
필리핀 세부에 사는 한국인이지만
언제나 마음은 한국에 있으며
늘 한국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필리핀 세부에 있는 여행객도
행복하고 좋은 여행의 기억만 가득하길.
끝으로,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2216편 희생자들이
좀더 편안한 안식에 들기를 기도한다.
부디 더 이상 고통 없는 영면에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