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216편 사고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12월 29일 대한민국에서 발생된 또 하나의 비극
내가 들어가 있는 필리핀 세부 교민 단톡방이 있는데
아침부터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있었다 해서 깜짝 놀랐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무안공항의 존재 여부를 몰랐다.
그러니 당연히 공항에 국제선이 있는지 몰랐던 터라
무작정 무안공항의 사고란 말에
"그곳에 공군부대가 있는데 사고가 발생했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12월이 한국의 전반적인 흉흉한 소식이 많아서
사실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된 안타까운 소식...
출근하자마자 일은 만사 제쳐두고
뉴스만 계속 보고 있다.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
처음에는 2명의 구조자 발생 소식에
1명 이상이라도 생존자가 있기를 바라며
희망을 담았지만 점점 들려오는 소식은 슬펐다.
2022년 10월 24일 세부행 대한항공 KE631편 사고
나는 비행기 사고 소식만 들으면 이때가 떠오른다.
인천을 출발한 대한항공 KE631편 비행기가
세부 막탄 공항에서 활주로 이탈로 인해 발생한 사고말이다.
이때, 나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었고
개인 투어를 요청했던 11명의 손님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 근처 카페에 있었다.
투어일 한 달 전부터 나와 수많은 카톡을 나누며
이번 세부 여행을 총무급으로 준비했던 손님이었다.
심지어 역병시대 이후 첫 여행이었으며
10명의 지인과 가족을 데리고 이 여행 일정에
제대로 총대를 멘 분이었다.
*정확히 2명의 손님은 이미 다른 비행기 편으로 도착을 했고
9명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였다.
여러 번 세부를 방문했던 분이었지만
지인과 지인의 가족을 데리고 온 부분과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걱정과 설렘이
많이 있었다. 그 부분을 나와 많이 상의하며
오랜 시간을 대화했으며 여행 방문 전까지도
개인 안부까지 주고받으며 얼굴도 뵌 적 없는
손님과 자연스레 친분까지 생기기도 했다.
손님과의 투어가 설레기까지 했다.
그리고 10월 24일 대한항공이 도착하는 그때
나는 픽업을 위해 조금 서둘러 나왔고
비행기가 착륙하고 약 30분 뒤쯤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지금도 항상 나의 스마트폰에
flightradar24 앱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날도 나는 카페에 앉아서 이 앱을 통해
손님의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https://apps.apple.com/us/app/flightradar24-flight-tracker/id382233851
비행기가 세부 본 섬 내로 들어오고
곧 착륙이 시작될 쯤이었다.
왜인지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가서 방향을 틀었다.
"아.. 착륙이 바로 안 됐나 보네."
이런 일이야 간혹 있는 경우 있으니
다시 비행기 경로를 확인하고 있는데
또다시 비행기가 착륙을 못하는 것 아닌가?
"어? 이거 이상한데?"
그다음도 착륙 실패한 후에
바로 손님에게 카카오톡이 왔다.
*아마 비행기 착륙과 기내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데이터가 잡혀 보내신 듯하다.
"비행기가 이상해요."
"저도 경로 확인 중이에요. 무슨 일이신가요?"
"비행기가 비상착률을 해야 한데요."
"무리하게 짐 챙기지 마시고 승무원 지시 따르세요."
나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이미 공항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한국에서 그때 당시는 뉴스가 없었지만
이미 교민 단톡방에는 엄청난 양의 카카오톡이
계속 떠올랐다. 비행기가 추락했다. 불이 났다.
그때쯤 다시 손님에게 카톡이 왔다.
불타고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 사진과 함께.
"모두 슬라이드를 타고 비상 탈출했어요.
비행기는 불타고 있어요. 모두 탈출한 듯해요."
부상자 없는 전원 생존의 사고였다.
그렇게 손님은 대한항공 승무원들과 기내에 두고 온 짐과
수화물은 어떻게 되는지 보상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물어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추후 세부 제이파크에 대한항공 긴급 사고지원팀이
방문해서 일일이 탑승객을 찾아 대책 논의를 했다고 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손님인데
공항 출국장에서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바로 얼굴을 알겠더라.
어느 정도 일행 숫자와 나이대를 알고 있어서
바로 빠르게 판단이 가능했다.
손님도 바로 내 얼굴을 바로 알아보고
손을 얼싸잡았다.
"괜찮으세요?"
"네네, 괜찮아요. 다행히 아무도 안 다쳤어요."
그리고 손님 일행 중에 엄마 품에 아기띠에 매달린
갓난아기도 있었다. 부부가 신혼여행도 국내로 갔고
부부 인생에 첫 해외여행이었다.
아직 돌이 안된 예쁜 아기와 함께.
아무 영문도 모르고 엄마의 아기띠에 안겨서
쪽쪽이를 물고 사고 난 비행기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탈출한 것이다. 여전히 아기는 영문도 모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이 어린 아기를 데리고.."
공항에서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난 것과
또 아무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에 대한
안도감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고 난 대한항공 KE631편 비행기는
여전히 세부막탄 공항의
사고지점 그대로 우두커니 세워져 있다.
일단 세부막탄에는 비행기를 철거하거나
크레인으로 옮길 장비가 없다.
모두 마닐라에 있으며 이 장비를 세부로
가져오는 것조차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한다.
대한항공도 이미 망가진 비행기를
철거하는데 돈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저 사고 비행기는 저렇게 공항도로 쪽에
흉물스럽게 있다.
그 와중에 대한항공 마크는 빠르게 지웠다.
아직도 공항대로를 지날 때 저 비행기를 보면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 한쪽이 콕 찌른다.
잔인한 12월, 제주항공 2216편의 비극
*모든 비행기의 사고는 항공사와 편명으로 사용합니다.
이 사고는 제주항공 2216편 이라 쓰고 부릅니다.
12월 29일 오늘 제주항공 2216편의 이 비극은
너무너무 애통하고 마음이 아프다.
연말이라고 가족들끼리 즐겁게 다녀온
태국 방콕 여행이었을 텐데...
투어사 패키지 가족도 있었고
어린이가 있는 가족도 많다.
계속 181명 중 2명 구조라는 글자가
바뀌지 않아서 정말 슬프다.
왜 모두가 행복해야 할 이 연말에
이런 일이 생기는지 차마 말로 할 수 없이
너무나 애통하고 슬프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빠르고 올바른 대처로
유가족들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