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란?
필리핀 세부 스테이크를 찾고 있었다.
사실 필리핀 세부시티에 위치한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는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유명했다.
내가 4년 전부터 이곳에 정착했을 때 알음알음 친해진 교민들과 소고기 이야기를 하면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를 누구나 1번 이상 이야기했다.
역병시즌이 지나고 다시 관광이 시작되면서
나도 새로운 일들을 도맡아 하다 보니
세부시티까지로 외출, 어린이와 시간을 보내기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연년생으로 아기 2명을 출산한 것도 한몫..) 더군다나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의 위치도
내가 있는 곳에서 거진 차로 40분 넘는 거리..
굳이 스테이크 먹으러 거기까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필리핀 세부에 전통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는 어떨까?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는 생각보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됐다. 나는 보통 시티를 한번 나갈 때 이곳, 저곳 들려야 하다면 드라이버가 있는 차를 렌트한다. 그랩을 잡고 여기 갔다 또 그랩 부르고 기다리다 저기 갔다 하며 돌아다니기보다 훨씬 에너지 소비가 쉽기 때문이다.
하루는 영사관을 갈 일이 있어서 어린이와 함께 영사관을 방문했다. 원래는 영사관 업무를 보고 근처 아얄라몰을 구경한 후에 다른 곳도 들렸다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영사관에서 받아야 할 서류가 점심시간에 걸려서 1시간 후에 받을 수 있었다.
아얄라몰을 갔다가 다시 또 올까? 하다가 우연히 구글맵에서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가 영사관에서 차로
10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친절하신 영사관 공무원 선생님도
"아주 예전에 맛있게 먹었었어요~ 아이랑 다녀와보세요."라고 추천까지 해주셨다. 정말 여기 온 김에 다녀와보자 생각해서 바로 드라이버에게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자고 했다. 유명한 레스토랑은 확실한 듯 드라이버는 바로 어딘지 알고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필리핀 세부의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
주차장이 있는 공터 바로 앞에 보이는 건물이
아카시아 하우스인 줄 알았는데
그곳이 아닌 바로 옆 돌계단을 올라가라고
그 건물 안의 여자 직원이 나와서 알려주었다.
그 직원이 가르쳐준 오른쪽으로는
돌계단을 올라가 마치 정원처럼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전통 있는 레스토랑이라 해서 견고한 나무 테이블에
하얀 테이블보가 감싸져 있고 폭신한 의자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우리 옆집 혹은 앞집 마당에 있는 야외테이블이 있었다. 의자도 그냥 정원용 철제 야외 의자였다. 당연히 실내인 줄 알았는데 당혹스러웠다.
일단 여기가 맞다고 하니 여기에 앉았다.
필리핀 세부를 방문한 여행자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처음에 내가 바로 보았던 건물은 실내에 있는 레스토랑이고 우리가 간 그 시간에는 브레이크 타임인지 실내를 오픈하지 않은 듯하다. 청소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잠시 닫아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안내받은 야외]에도 여러 테이블이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더운 날이 아니어서 덥지 않게 먹을만했다. 더웠으면 고생했을 뻔했다. (그 이유는 아래에)
메뉴를 주문한 후에 어린이는 주스를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약 15분 정도 기다리니 내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베스트라 해서 주문한 블랙페퍼 스테이크는
스테이크의 두께는 나쁘지 않았다.
버터에 구운 옥수수와 당근 가니쉬도 내 스타일이다.
어린이가 파스타를 좋아해서 바질페스토 해산물 파스타도 주문했는데 어린이가 처음에는 초록초록한 파스타를 보고 대체 이게 뭐냐고 깜짝 놀랐다.
결론은 스테이크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굳이 굳이 이거 먹으려고 40분 차 타고 가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이게 엄청 맛있다고? 대체 왜? 신기했다.
육질이 엄청 뛰어날 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특히 파스타 정말.. 면은 덜 익었고 너무 짜서 어린이가 먹다 먹다가 맛이 없다고 포기했다. 사이드로 주문한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었다.
정말 날이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이
더운 날 이 음식들 먹었으면 백 프로 체했을 것이다.
함께 주문한 맥주가 소화제 역할을 해주었다.
나중에 영사관으로 돌아가서 공무원 선생님이 어땠냐고 여쭤보시기에 "막탄에서 굳이 굳이 와서 먹을 맛은 아닌 것 같아요" 하며 웃었다. 보통 세부에 사는 교민이라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역시 소고기는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야 맛있는 건가
예전에 어린이와 함께 양고기 스테이크 맛집이라 해서
찾아갔던 곳이 있는데 조금 짭짤하긴 했지만 꽤 맛있게 먹었다. 거기는 양고기뿐 아니라 소고기 스테이크도 맛있었을 듯하다. 스테이크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그 레스토랑이 더 나은 듯하다.
결론은 소고기를 먹고 싶으면 그냥 한국마트에서 소고기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이 더 내 스타일인 듯하다. 아무리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해도 내 입맛에는 질 좋은 소고기 사다가 기름장과 쌈장 그리고 쌈채소 준비해서 얼큰한 된장찌개에 함께 먹는 소고기가 나와 어린이에게 잘 맞는 집 밥 한상이다.
필리핀 세부의 아카시아 스테이크 하우스에 대한 후기는 지극히 사람마다 다른 점 참고해 주길 바라며
개인적으로 여기 스테이크보다 한국의 아웃백 스테이크가 훨씬 더더 맛있었다. 갑자기 아웃백의 투움바 파스타가 그립다. 집에서 충분히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던데? 도전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