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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에서 집밥열전

라이프인세부 2024. 11. 14. 22:39

필리핀 세부에 살면 보통 어떤 걸 드세요?

남들이 제일 걱정하는 해외에 사는 나의 집밥

처음에 나도 걱정을 했다. 필리핀 세부에 살기 시작한 후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재료를 수급해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기우였다. 필리핀 세부는 대한민국 경기도 세부시라고 불릴 만큼 한인교민과 한국 상점이 많았고 특히 이 막탄 섬안에는 영어 간판보다 한국어 간판이 더 많을 만큼 웬만한 한국의 어느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한국 마트 개수도 많고 한국 식재료 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리핀 세부 현지마트에서 장보기

우리가 한국에서 늘 필수로 냉장고에 두는 채소들
양파, 당근, 양배추, 감자 등등도 현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파는 대파도 쪽파도 아닌 것이 딱 중간 사이즈가 대부분이어서 최대한 알이 굵은 녀석으로 골라서 구매한다.
 
4년을 넘게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장보기의 요령이 생겼다. 한국마트에서는 현지마트에서 구매할 수 없는 것을 우선으로 구매한다. 된장, 고추장, 간장, 참기름 등. 두부나 보리차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필리핀과 한국의 정육이 다른 관계로 한국마트에서 직접 정육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구매한다.
 
필리핀 현지마트에서는 빵, 요거트, 햄이나 통조림등을 구매한다. 어린이와 아기들의 간식도 모두 현지마트에서 사는 편이다. 특히 세제,휴지 등등도 한국마트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하지만 금액이 거의 2배 차이가 나므로 그냥 현지 제품으로 구매한다.
 
채소는 재래시장에서 산다. 아이가 셋이 있는 집은 계란이 빠지면 큰일 난다. 계란과 채소는 대부분 재래시장이나 길거리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리사리(Sari-Sari)라고 불리는 구멍가게에서 살 때도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글로 설명하겠다.
 

필리핀 세부 교민의 집밥열전

맨날 외식하고 배달시켜 먹을 수 없기에
이렇게 장을 본 것으로 일주일 하루 쉬는 날,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고 국거리를 밀프랩해서 만들어 둔다. 보통 제일 만만한 것이 순두부탕, 미소된장국, 계란국 등등이다.

그냥 어린이들 먹기 위해 맹숭맹숭한 그런 국.
엄마는 얼큰~하고 온몸에 땀이 쭉 나는 그런 국은
밖에서 사 먹어야 한다.
 
 

 
 
만두유부전골과 바싹 구운 돼지불고기
돼지불고기는 한번 구매할 때 많은 양을 사서
두 가지의 종류로 양념을 한다.
 
보통 채소를 듬뿍 넣어 아이들이 먹을 간장양념과
내가 도시락으로 혹은 술안주로 먹을 고추장 양념으로 둔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돼지불고기 또는 제육볶음은
넉넉하게 1.5인분씩 소분해서 냉동 보관을 해둔다.
 
나중에 먹을 때는 꺼내서 물 조금 넣고 끓이듯이
볶으면 된다. 그러면 자박하게 물도 생겨 아이들 먹기 좋다. 특히 아기들이 불고기 양념에 밥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마트에서 파는 냉동유부와 물만두 그리고 청경채와 우삼겹으로 전골을 만들었다. 아주 훌륭한 한 끼다.
양파절임소스에는 뭘 찍어먹어도 다 맛있다.
당연히 마무리는 밥과 김가루 넣어 죽으로 만들었다.
 
국물요리 좋아하는 어린이가 신나게 먹었다.
지금도 우삼겹은 아기 둘을 위해 맑은 국으로 끓여서 준다. 두부도 송송 넣고 팽이버섯도 넣고 파도 조금 넣고 미소된장 살짝 풀어서 주면 시터 말이 꽤 먹는다고 한다.
 
 

 
어린이와 내가 사랑하는 메뉴 중에 하나
아주 뜨끈한 비빔밥이다.
뚝배기 안에 참기름을 발라서 밥을 넣어 눌러놓고
갖가지 나물반찬을 올려서 데운다.
 
어린이는 간장양념(간장+양파+파 다진 거)으로 비벼주고 나는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다.
 
가끔 한국마트에 콩나물과 시금치가 들어오면 꼭 사둔다. 한국에서 가져온 말린 취나물 잔뜩 불려서 양념해 둔 후에 냉동실에 소분해서 얼려둔 후에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먹는다.
 
자박자박 썰은 배추와 청경채도 나물이 흔하지 않은 필리핀에서 훌륭한 나물요리로 근사하게 탄생한다.
 

해외에서도 한국에서도 재료는 똑같이 관리한다.

사실 장을 보고 나면 나도 안다. 정리하고 뭐하기 귀찮을 수밖에 없다. 나도 마음같아서는 일단 냉장고에 다 쑤셔 넣고 쉬고 싶다. 하지만 그것 미루면 내일의 나 자신이 힘들어진다.
 
파는 다듬고 감자는 흙먼지를 털어둔다.
당근은 깨끗이 씻어 일부는 채를 썰고 일부는 깍둑 썬다. 양파는 가능하면 반개로 잘라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래야 나중에 양파를 썰때 눈이 맵지 않다.)
양배추는 사면을 잘라서 2개의 면은 채썰어 둔다.
 
그렇게 해야 급하게 요리할때 빠르게 끝낼 수 있다.
특히 국끓이기도 쉽다. 미리 채소만 정리해 두어도
절반은 이미 다 해뒀기 때문이다.
 
일도 일이지만 살림은 꼭 뒤로 미루지 않아야 한다.
오늘의 나도 귀찮았듯이, 내일의 나도 당연히 귀찮기 때문이다. 해외에 사는 엄마는 오늘도 살림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