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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4 : 짜장면

라이프인세부 2024. 12. 9. 14:28

집에서 먹는 홈메이드 짜장면

필리핀 세부의 중국집

짜장면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도 여러 중국집이 있다.
필리핀 사람들도 짜장면을 좋아하고 얼큰한 짬뽕은 물론 달짝지근한 소스의 탕수육도 정말 좋아한다.
사실 이 한국식 중국요리는 어떤 사람들도 싫어할 수 없는 맛이다. 짬뽕은 조금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검은색 소스로 풍미를 낼 수 있는 짜장면은 처음에 마주한 사람은 망설일 수 있지만 한번 맛보면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까 한다.
 
탕수육도 마찬가지. 사실 튀김은 맛이 없을 수 없다.
요새는 찹쌀 탕수육이 트렌드라지만 나는 그래도 옛날식 탕수육이 훨씬 더 맛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든 부어먹든 그 탕수육의 바삭함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맛이다.
 
필리핀 세부에도 중국집이 여러 곳 있다.
내가 사는 막탄에도 4~5곳이 있고 세부시티로 가면
더 많은 중국집이 있다. 정통 중국요리 집도 있다.
그 중국요리 집은 베이징덕도 있고 딤섬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식 중국집이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
아마 익숙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여기 필리핀 세부에 살아도 짜장면은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홈메이드 짜장면은 또 그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춘장 없이 만드는 홈메이드 짜장면

춘장 없이 짜장면을 만드는 방법은 딱 하나,
오뚜기 짜장가루다. 진짜 최고다. 카레만큼 편하다.
조금 고민을 하다가 짜장가루를 넣고 끓이면서
맛술 조금 넣고 참치액젓과 굴소스를 넣었더니
짜장소스가 좀 더 걸쭉하고 진해졌다.
 
재료도 단순했다. 예전에 짜장소스를 만들 때
감자를 넣으니 무언가 맛이 애매해지면서
짜장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이 강해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감자를 뺐다.
 
적당히 남은 삼겹살을 한 입에 먹기 좋게 자르고
양파와 양배추를 엄청 많이 썰었다.
그리고 웍에 양파를 볶다가 어느 정도 색깔이 투명해지면 삼겹살을 넣고 함께 볶았다. 이때 맛술을 함께 넣었다. 삼겹살이 적당히 익은 후에 양배추를 넣어
너무 흐물 해 지지 않게 가볍게 볶는다.
 
그 후에 물을 붓고 짜장가루를 넣고 잘 섞어준 다음에
뚜껑을 닫고 한참 끓도록 둔다. 중간중간에 살짝 눌듯이 끓고 있으면 눌지 않게 볶아주면서 참치액젓과 굴소스를 넣고 계속 국물이 걸쭉해지도록 끓이면 된다.
중간에 한 번씩 확인하면서 눌지 않게 볶아주면 된다.
 
원래는 치킨스톡을 넣으려고 했는데 아마 넣었으면 짤 듯하다. 간을 보고 선택하면 되는데 굴소스를 넣는 편이 좋다. 짜장을 끓이면서 순두부 계란탕도 함께 끓였다. 짬뽕국물은 어린이와 아기들이 먹지 못 하니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는 순두부 계란탕이 훨씬 낫다.
 
 

 
짜장면과 짜장밥이 완성됐다.
짜장면은 스파게티 면으로 사용했다.
 
마침 내가 술안주와 함께 곁들여먹던 단무지가 있었다.
단무지 산 내 자신 정말 칭찬해.
 
어린이와 함께 먹게 짜장밥과 짜장면은 1인분씩 주문했다. 오랜만에 짜장면을 그것도 엄마가 만든 짜장면을 먹어서 어린이는 신났다.
 
 
 

 
 
의외로 스파게티면이 짜장면으로 쓰기 좋다.
삼겹살, 양배추와 양파만 넣었는데도
제법 식당에서 먹는 짜장면 맛이 나서 좋았다.
 
짜장면을 비벼서 어린이에게 덜어주고
나는 다진 땡초를 잔뜩 넣어서 함께 먹었다.
어쩔 때는 고춧가루보다 이렇게 먹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었다.
 
어린이는 온 입에 짜장면을 한가득 묻히며 먹었다.
확실히 집에서 만든 소스라 짜장밥이 더 맛있었지만
그래도 짜장면도 다시 또 해 먹고 싶을 만큼 괜찮았다.
 
사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난 후에는
속이 괜히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인데
집에서 먹은 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개운했다.
 

해외에 살면서 한식을 요리하는 것

내가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 혼자 살고 있다면
대충 해 먹고 시켜 먹고 사 먹는 일상이었을까?
라고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탈한 집밥"을
정말 좋아했다. 두 분의 할머니도 엄마도
늘 집밥에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아부으셨다.
나는 매 끼 모두가 함께 만든 김치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과 밥 그리고
윤기 나는 밑반찬 등을 먹으며 자랐다.
 
내가 가정을 꾸린 후에도 똑같았다.
무엇 하나 꼭 내 손을 거친 음식을 만들었다.
그 음식의 맛이 대중적이지 않아도
남들에게 조금 부족해도 그냥 그러한 집밥이
내 맘을 편하게 해 주고 기분 좋게 해 준다.
 
그 밥을 맛있게 먹는 어린이와 아기들을 보면서도
해외에서 어떻게 잘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사실 나는 다른 해외에 사는 교민들에 비해
한식을 잘해 먹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잘되어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한식을 만들었고 조금 더 변형해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늘 고민하고 있다.
 
매일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
가장 편안하고 소화 잘되는 그런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