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빼놓을 수 없는 국민 간식 떡볶이
인생음식 레퍼토리의 한 줄, 떡볶이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보통 나는 떡볶이 아니면 된장찌개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떡볶이랑 된장찌개를 한 번에 같이 먹기에는 궁합이 맞지 않으니 떡볶이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된장찌개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된장찌개는 꼭 고깃집 스타일의 된장찌개여야 한다.
집된장과 시판된장을 반반 섞어서 숭덩숭덩 썰은 두부와 애호박, 감자, 양파 정도면 충분하다.
칼칼한 고추가루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 밥을 넣어
술밥처럼 먹으면 딱 좋은 느낌의 된장찌개 말이다.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도 좋고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었던 파채를 함께 넣어도 좋다.
이런 된장찌개 한술 먹으면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지는지 모른다.
된장찌개가 강도높은 업무와 회식으로 점철된 나의 20대에서 국밥처럼 따라다니던 소울푸드라면 떡볶이는 나의 어린 시절부터 내가 정말 좋아하던 음식이다.
동네에는 떡볶이집이 있었고 사랑하는 외할머니 댁을 가도 떡볶이집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도 할머니도 모두 떡볶이를 만들 줄 알았다.
설날에 긴 가래떡을 뚝뚝 끊어 고추장을 푼 물에 푹 끓여서 어묵과 대파를 예쁘지 않게 잘라 넣어도 진한 고추장 향이 가득한 떡볶이를 먹기도 했고, 5분만 걸어가도 넓은 철판에서 빨간색의 영롱한 떡복이를 주인아줌마가 계속 젓고 있었다.
나는 밀떡파고 국물이 너무 많은 떡볶이보다 적당히 졸아든 떡볶이, 딱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스타일을 정말 좋아했다. 그런 떡볶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꽤나 많은 떡볶이를 요리했다.
친구처럼 빠지지 않는 튀김과 순대, 꼬치어묵과 김밥 등도 그날, 그날 당기는 것에 따라 함께 곁들였다.
(참고로 나는 혼자서 꼬치 어묵을 약 10~20개까지 먹는다)
필리핀 세부에서 먹는 떡볶이
물론 여기 필리핀 세부에도 여러 식당에서 떡볶이를 판매한다. 분식집 스타일도 있고 술안주 스타일도 있지만 보통 주문하면 주방에서 즉시 만들어서 나오는 떡볶이이다. 나는 그 걸려진 철판에서 열심히 휘저어졌던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그런 떡볶이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을 집에서 종종 요리해 먹으며 달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한 듯 내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한국마트에서 마트 안에 분식집이 만들어졌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그 철판에서 계속 볶아지고 있는 떡볶이다. 그뿐만 아니라 맛있는 튀김도 종류별로 다양하다.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서 찍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떡볶이는 먹음직스러웠다.
어묵과 다양한 튀김, 핫도그, 핫바, 순대는 물론이고
한강 라면 기계도 있어서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다.
이 날 이곳에는 어린이랑 밤마실처럼 갔는데
어린이가 새롭게 해 보는 경험에 너무 좋아했다.

어린이와 나는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닭꼬치를 주문했다.ㅜ여기에 타겟층은 필리핀 현지인이다.
언제나 필리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리고 24시간 영업을 하다 보니 잠을 못 이루는 필리핀 사람이나 콜을 받아서 일을 다니는 그랩 드라이버들이 간혹 앉아있다. 어린이한테는 비밀인데 밤새 클럽에서 춤추고 놀다가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 적도 있다. 어린이는 여기를 늘 본인만 함께 와야 한다고 해서 비밀이다.
여하튼 필리핀 사람들이 대상이다 보니 떡볶이부터 그렇게 맵지 않다. 아직도 매운 음식에 대해 호기심은 많지만 잘 먹지 못하는 어린이가 여기 떡볶이는
"조금 매워.." 하면서도 잘 먹었다.
닭꼬치 소스도 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맵지 않다.
어린이는 엄마와 밤에 나온 것도 기분 좋고 들뜨는데
마트로 와서 분식을 먹으니 더 신나는 표정이었다.
이 후로도 언제 또 가냐고 종종 묻기도 했다.
그래도 떡볶이는 만들어 먹어야지
집에서 술안주로 자주 만들어먹는 음식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어젯밤에도 만들어놓은 마지막 떡볶이 밀키트에 양배추와 파를 아낌없이 넣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필리핀 세부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지만 그래도 아직 즉석떡볶이가 없는 것이 아쉽다. 즉석떡볶이가 주는 그 느낌은 또 다르지 않나.
라볶이도 아니고 분식집 떡볶이도 아닌
그 꾸미지 않고 촌스러운 즉석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도 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늘 만들어 먹게 된다.
아, 어제 술안주로 먹은 떡볶이는 정확히 1인분 양이 남아서 오늘 들고 출근했다.
오늘 떡볶이 맛있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