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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2 : 동그랑땡 부쳐먹기

라이프인세부 2024. 12. 1. 14:21

필리핀 세부에서 만들어먹는 가정식

웬만한 한식은 늘 가능합니다

4년을 넘게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 살고 있지만
역시 필리핀 음식을 매일 먹기란 나에게 쉽지 않다.
어찌 보면 한식을 주로 식사하며 오히려 필리핀 음식을
특식처럼 먹고 있는 것이 여기에서 지내는 나의 일상이다.
 
모든 한식을 풍부하게 요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대체 재료와 조금은 줄이고 다른 것을 더 보태어
밑반찬과 국 등을 항상 꾸준히 만들고 있다.
1명의 어린이와 2명의 아기들도 늘 한식을 잘 먹고 있다. 간혹 시터들이 필리핀 음식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함께 먹고 나는 거의 먹을 일이 없다.
 

해외에서 집밥 두 번째 : 동그랑땡

동그랑땡은 한국에서도 자주 먹은 음식이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비엔나 소시지나 계란말이만큼 동그랑땡은 늘 반찬거리로 준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수많은 식품 브랜드에서 동그랑땡을 출시했을까도 한다.
 
보통 동그랑땡은 다진 돼지고기와 물기를 뺀 두부
그리고 다진 채소들을 넣어 동그랗게 뭉친다.
차례상에 올릴 것이 아니라면 그 또한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동그랑땡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여기 필리핀 세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인 덕에 더 자주 만들어 먹는다. 어린이는 이 동그랑땡을 케첩에도 찍어먹고 머스터드에도 찍어먹는다.
많이 만들어서 한 번씩 구워놓고 난 후에 냉동실에 보관한 후에 그때그때 에어프라이에 구워도 된다.
 

 
 
나의 동그랑땡은 절대 화려하지 않다.
살짝 탄 듯한 거스라미가 있는 것이 왜인지 더 좋다.
 
요란하지 않게 부친 동그랑땡이지만
나에게 나름의 동그랑땡을 만드는 철칙은 있다.
 
첫 번째, 꼭 고기의 육즙이 살아있어야 할 것.
막 구운 동그랑땡을 한입 물었을 때 고기의 육즙이
혀에 착 감기고 입술에 살짝 머금어진다면 된다.
그래야 맥주와 함께 먹었을 때 정말 맛있다.
 
두 번째, 야채가 정말 많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양파와 대파가 많이 들어간 동그랑땡이 진짜 맛있다. 쿰쿰한 누린내도 없고 식은 것을 다시 데워서 먹어도 양파와 대파의 특유의 향 덕에 처음의 맛과 비슷하다.
 
 

 
갓 부친 동그랑땡을 맥주와 먹지 않을 수 없다.
뜨끈한 동그랑땡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바로 산미구엘 라이트 캔을 꺼냈다. 한국에서 카스를 입에 달고 살던 내가 필리핀 세부에 살면서부터 산미구엘 라이트를 항상 입에 달고 산다. 한국의 소주와 섞어서 먹어도 맛이 쓰지 않아 좋아한다.
 
동그랑땡에는 많은 반찬을 곁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어린이는 머스터드 혹은 케첩에 찍어 먹지만 그냥 먹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짭조름한 간장이나 그 간장에 고추를 썰어 넣어 먹으면 고추를 함께 찍어먹을 수 있어 느끼한 맛이 사라진다.
 

동그랑땡 곁들임 음식 : 양파장아찌

평소에 양파를 많이 사다 두어서 양파장아찌를 만들어 놓는데 이것 또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다양하게 요리 활용이 가능하니 추천한다.

양파는 원하는 대로 썰어도 된다. 깍둑설기해도 되고 얇게 채 썰어도 된다. 처음에 썰어둔 양파는 굳이 매운맛을 빼지 않아도 되므로 일부러 설탕에 버무려 둔다. 그러면 양파의 매운맛도 사라지지 않고 어차피 간장에 들어갈 설탕을 미리 양파에 재워두는 것이라 보면 된다.
 
오래 두고 먹을 것이 아니므로 일부러 간장을 끓이지 않는다. 간장 1 : 1 식초를 섞고 매실청도 넣어주면 된다. 만약 매콤한 것이 좋다면 고추를 듬성듬성 썰어두면 된다.
 
하루정도만 냉장보관을 해두면 금세 양파의 단맛과 간장이 어우러지는데 동그랑땡은 물론 부침개에도 찍어먹으면 맛있다. 여기에 고추냉이를 풀어서 회 먹을 때 곁들여도 색다른 맛이 든다.
또 이 간장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잘 풀어두면
비빔국수 양념장은 물론 여러 가지 매콤 새콤한 무침요리에도 좋다. (다진 마늘을 왕창 넣어 오이 무침해 먹으면 진짜 맛있다.)
 
어린이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니 나는 고추를 넣지 않고 그때그때 먹을 때마다 고추를 썰어 넣기도 한다.
 
이 날, 동그랑땡을 거진 30개를 했는데 어린이와 내가 둘이서 앉은자리에서 20개 남짓을 해치웠다.
다음부터 양파장아찌는 빼야겠다..
느끼하지 않으니 계속 먹었던 것 같다.
아닌가, 맥주를 빼야 하나.
 

다양한 맛의 변주가 가능한 동그랑땡

여기 필리핀 세부의 한국마트에도 비비고부터
다양한 한국 식품 브랜드의 냉동식품을 판매한다.
솔직히 나도 그냥 냉동식품 사다 쟁여두는 것이 
더 편하고 쉬운 건 알지만 그 냉동식품들이 수입품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한국에 비해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만들기 까다로운 냉동만두나
어묵정도만 사다가 쟁여두는 편이다.
 
동그랑땡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만들어두는 편인데
만들다 보니 또 다양한 종류로 변주가 가능하다.
 
물기를 뺀 두부와 다진 채소를 왕창 넣어두어서
두부동그랑땡으로 만들어보기도 했고
현지마트에 파는 냉동새우 혹은 한국마트에서
냉동 해물믹스를 파는데 그걸 다져서 넣기도 했다.
 
내 술안주용으로 다진 고추를 잔뜩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참치통조림은 어디에나 많이 있다.
여기 필리핀에도 수많은 브랜드의 참치통조림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야채맛, 고추맛 등등으로 나뉜다면
필리핀의 참치 통조림은 물에 담근 거나, 고추기름에 담근 거냐 고추 플레이크가 들어간 건지 등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한국의 동원참치가 익숙하므로 나는 늘 기본 오일에 담긴 참치통조림으로 구매를 한다.
 
맛은 한국의 참치 통조림에 비해 깔끔한 맛은 조금 떨어지나 참치김밥이나 참치덮밥을 만들기에 뒤쳐지는 맛은 아니다. 참치에 기름을 쪽 뺀 후에 물기를 뺀 두부와 다진 채소를 함께 넣어서 참치 동그랑땡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참치동그랑땡은 통조림 옥수수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 신기하다.
 
그렇게 양껏 부쳐낸 동그랑땡은 언제나 우리 집의 냉장고에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양파장아찌와 함께 내놓는다. 특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에 이 동그랑땡은 굳이 밥이 없어도 어린이와 내가 수다를 나누며 먹기에 야무진 훌륭한 요리가 되어준다.